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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모든것이 되고 싶었다!

방송인이 되고 싶었던 방송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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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입학 후 각종 동아리 홍보를 이유로 선배들이 1학년 교실마다 들어와 설명하고 지원서를 받았다.

중학생때까지 아무런 존재감 없이 살았던 나는 고등학교 생활만큼은 존재감 있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중3때 가장 친했던 친구와 운좋게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나는 그 친구와 같은 동아리를 하기로 약속했다.

우리가 친했던 이유가 마음이 잘 맞아서였는데 서로 마음에 든 동아리 역시 같은 곳이었다.

우리가 지원하기로 한 동아리는 "방송반" 이었다.

당시 청소년 드라마 '나' 의 인기에 힘입어 방송반 경쟁률은 대학입시 경쟁률 저리가라 수준이었다.

용기내서 지원서를 받아온 우리는 정말 열심히 지원서를 작성했다.

지원파트는 기술, 아나운서, 보도, 카메라, 작가 5파트였는데 그 친구는 카메라, 나는 작가를 지원했다.

중3때 즐겨보던 MBC 베스트극장에 공모하겠다며 취미로 글을 쓰곤 했었는데 방송반에서 작가 경력이

언젠가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컸다.

지원서만 작성하면 끝인줄 알았는데 충격적인 연락을 받게 된다.

2차 전형으로 '면접' 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당시에 친구들 앞에서 국어책 읽는것도 말이 안나오고 더듬거려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그런 내가 면접을 어떻게 본다는 말인가. 눈앞이 캄캄했다.

결국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끌려가듯 방송실에 면접을 보러 갔다.

묻는 말에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기도 하고 개인기를 보여달라는 선배의 말에 순풍산부인과의 박영규 아저씨 흉내를;;

그때 싸~했던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3학년 국장을 맡고 있던 선배가 나의 지원서를 보고 무조건 뽑으라고 했단다!

그래서 얼떨결에 합격해 방송반 멤버가 되었다.

그런데 당시 방송반 선생님은 내가 굉장히 싫었는지 작가 파트를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너 나가!"

그런데 국장 선배가 파트까지 바꿔주며 나를 생존할 수 있게 도와줬다.

감사한 일이었지만 변경된 나의 파트는 바로 '보도' 파트

점심방송을 해야 하는 파트였다.

첫 방송을 앞두고 선배들 앞에서 멘트를 점검 받으며 모의 방송을 수차례 하는데 얼마나 혼났는지..

혼나도 발전이 없다는 게 더 절망적이었다.

첫 방송을 마치고 교실에 내려가 친구들에게 '오늘 방송 어땠어?" 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방송했어?' 이게 무슨말이람..

알고보니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중간중간에 틀었던 노래만 들렸단다.

결국 나는 선배들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고 다음주 방송은 꼭 멋지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11시에 동네 뒷산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며 득음을 하겠다고 나섰다.

얼마나 무서운 시간이었는지..

그런 노력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한 학기를 보내는동안 주1회 점심방송은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수업시간에도 다음주 방송 멘트를 생각하면서 혼자 웃곤했다.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으로 변해갔다.

사람들 앞에 서는게 재밌어지고 소위 말하는 '관종'이 되어버린 것.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이 가장 싫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내 진로는 예체능으로 향했고 원하는 예대에 입학까지 하게됐다.

무대에 서는 일, 카메라 앞에 서는 일, 방송인이 되고 싶었다.

아주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들과 부족한 실력 탓에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세상이 좋아지면서 나를 또 한번 구제해줬다.

개인방송의 시대가 열려 유튜브로 나만의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인기도 없고 내가 하는지 아는 사람도 몇 명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내 만족.. 그저 나의 영혼이 위로받는 한가지 방법이다. 

친구들, 동생들과 대화하고 고민을 듣다가 해주던 말들

나의 짧은 경험을 통해 누군가가 위로받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시작이었다.

가끔 90년대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은 노트북 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편집을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당시 편집은 고가의 장비와 프로그램을 사용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 시대는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이런 하루하루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유튜브 뿐 아니라 블로그로 이런 글을 적고 여러 사람들이 봐주시는 것

그리고 소통하는 것 또한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이런 공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이 더 큰 인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언제나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지금 이순간을 살아가고 싶다^^

 

 

 

고교시절 방송반 경험을 쌓지 못했다면

난 지금도 남들 앞에서 책 읽는 일조차 두려웠을지 모른다.

살면서 겁이 나는 상황이 많지만 눈 딱 감고 질렀을 때

부정적인 결과보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더 많았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나는 늘 도전한다.

안되면 본전 잘되면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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