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레슨 한번 받은 적 없이 입학한 음악과
막상 입학하고나니 얼떨떨했다
내가 어떻게 합격했을까?
음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건 1995년 대중가요의 전성기 시절이었다. 그해 수학여행을 갔던 가을. 버스 안에서 같은 반 친구가 리어카에서 구입한 최신가요 테이프 2개가 무한반복됐다. 난 처음부터 발라드가 좋았다. 댄스도 좋아했지만 발라드는 내 감성을 참 많이도 자극했다.
오늘은 1995-1997년
내가 너무나도 좋아했던 노래들과 내이야기를 꺼내본다.
윤종신-부디
수학여행 기간동안 의정부에서 경주를 왕복하며
내 귀에 각인된 노래
부디 좋은사람 만나길 바래~
6학년때 짝사랑하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공부를 아주 잘하는 모범생
난 오락실죽돌이
우린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ㅋㅋㅋ
중학생이 되면 다시 못볼거란 생각에
한없이 우울했던 초딩감성을 자극했던 노래였다
김정민-슬픈언약식
6학년 겨울방학 때
나의 최애프로그램
가요톱텐에 멋진 형이 나왔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던 노래
이~젠 눈물을 거~어둬어~
이노래는 초딩용돈을 모아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69,000원짜리 마이마이를 사게한
대단한 노래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학교 앞 문방구에서 무료로 배부하던
작은음악회 700-5252 오리노래방
여기에 전화해 100점을 받아보려
변성기도 오지않은 아기목소리로
열창을 했던 곡이다
결과는 다음달 청구된 전화요금 폭탄에
집안에서 난리가 났던..
ㅋㅋㅋ
지금 생각하니 너무 웃긴다
1996년 전화요금으로 27만원이..
울 아부지 얼마나 당황하셨던지
노이즈-어제와 다른 오늘
이 곡은 뒤늦게 알게 된 노래다
너에게난 부담스런 존재로 남아있긴 싫어~
상상속의 너로 인기몰이했던 노이즈의
3집 후속곡이었는데
가사가 내 마음을 훔쳤던 곡
반 친구들이 여자애들이나 좋아하는
노이즈노래를 왜 듣냐고 놀렸었다
그래도 난 노이즈가 참 좋았다
당시 집에서 구독하던 스포츠조선
신문을 통해 해체 선언기사를 봤던 날
혼자 방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
왜 사춘기때 해체를 하셔가지고
ㅋㅋㅋ
벅-가면놀이
이 곡은 6학년 때 짝사랑했던 그 아이가
갑자기 추천한 곡이었다
그 아이는 내 앞자리였는데
어느날 쉬는 시간에 갑자기 뒤돌아보더니
"너 벅의 가면놀이 들어봤어?"
난 벅이 뭔지도 몰랐는데
일단 들어봤다고 뻥을 쳤다
그 아이와 대화하기 위해
집에 가는 길에 벅 테이프도 샀다
가면놀이 가사 마지막 반전에 놀랐다는
그 아이의 말이 맞았다
그러나 그 이후로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면놀이에 대한 대화를
그 아이와 할 기회는 없었다
그리고 다른 곡은 다 별로였던 슬픈기억이;;
이현우-헤어진 다음날
가요톱텐 마지막 골든컵으로 기억하는 이 노래
친구들과 음반 판매점에 들렀는데
다들 테이프를 사고 있어서 멋있어 보이려고
이현우 CD를 구입했다
사실 누군지도 몰랐다
인기코너에 있어서 그냥 샀다
"너네집에 전축있어?"
친구들의 질문에 으쓱해하며
"당연한거 아니야?"
라며 또 뻥을 쳤던 나 ㅠㅠ
나는 왜 허세와 뻥을 좋아했는가?
.
.
.
정말 신기한 일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스피드011cf와 투캅스2로 인기를 끌던
권용운 아저씨가 울 아부지와 인연이 되었는데
크리스마스선물로 받고 싶은게 있는지 물어보셨다
"미니컴포넌트요"
울 아부지 당황하셔서는
"넌 초면에 그런 비싼걸 얘기하면 어떡하냐"
라고 하셨지만 너무 갖고싶었다 ㅋㅋ
난 당연히 안사줄거라 생각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날
사모님이 우리집에 배달까지 해주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꿈같았다
그렇게 1년이나 묵혀뒀던
이현우 CD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날 사랑해줘요~ 오오오
.
.
.
젠장!!
따라부르려는데 너무 늦어버렸다
변성기가 온 것이다
ㅠㅠ
지하10층에 있는 내 목소리
권용운 아저씨
그때 선물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다시 뵐 기회가 온다면
근사한 식사 대접하겠습니다요^0^
그렇게 음악이라는 친구와의
길고긴 학창시절은 계속되었다